이 글은 정본미디어 편집부의 사설입니다. 확인된 사실과 판결을 토대로 매체의 의견을 밝힙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끝내 내지 않은 추징금 867억 원은 지난 4월 2일 사실상 사라졌다. 대법원은 국가가 연희동 자택의 명의를 전씨 앞으로 돌려달라며 이순자씨 등 11명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했다. 전씨의 사망으로 추징금 채권이 소멸했으니 소송을 계속할 수 없다는 원심 결론이 확정됐다. 1997년 2,205억 원의 추징이 확정된 지 29년 만이다. 국회는 넉 달 뒤 독립몰수제를 담은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원의 결론에는 근거가 있다. 추징은 형벌적 성격을 가진다. 형벌은 이를 선고받은 사람에게 집행하는 것이 원칙이고, 특별한 규정 없이 그 부담을 상속인에게 넘길 수는 없다. 법원이 조문에 없는 사망 후 추징을 만들어냈다면 형벌법규를 지나치게 넓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번 판결은 현행법에 충실하다.
그러나 이 사건은 그 결론만 떼어 볼 수 없다. 2021년 법원은 본채와 정원을 직접 압류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면서도, 차명재산이라면 국가가 채권자대위 소송으로 전씨 앞으로 명의를 회복한 뒤 추징할 수 있다고 길을 제시했다. 검찰은 전씨가 살아 있던 그해 10월 소송을 냈다. 전씨는 한 달 뒤 숨졌고, 1심 판결은 2025년 2월에야 나왔다. 법원이 열어준 문은 재판이 끝나기 전에 당사자가 사망했다는 이유로 닫혔다. 본채와 정원이 정말 전씨의 차명재산이었는지는 끝내 판단받지 못했다.
공무원범죄몰수법을 둘러싼 법원의 설명도 석연치 않다. 이 법은 2013년부터 불법재산이라는 정황을 알고 넘겨받은 제3자의 재산에도 추징을 집행할 수 있도록 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를 제3자에 대한 형벌이 아니라 불법재산에 지는 ‘물적 유한책임’이라고 보았다. 그런데 대법원은 2022년 범인에 대한 추징이 불가능해지면 제3자에 대한 집행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범인이 숨졌다고 재산의 출처가 바뀌는 것도, 이를 알고 받은 제3자의 사정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불법재산의 실질보다 ‘범인에 대한 추징을 전제로 한다’는 조문의 연결 형식을 앞세운 셈이다.
본채와 정원이 곧바로 공무원범죄몰수법상 불법재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바로 그래서 생전에 제기된 명의회복 소송에서 차명 여부를 가릴 필요가 있었다. 이미 적법하게 시작된 소송이 범인의 사망만으로 왜 본안 판단에 들어갈 수 없는지, 차명재산이었다면 사망 당시 상속재산에 포함될 여지는 없는지 대법원은 독자적인 이유를 내놓지 않았다. 법원이 제시한 환수 절차가 범인의 생존기간 안에 확정판결까지 받아야만 작동하는 길이었다면, 그것을 실효적인 구제수단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심리불속행이라는 한 줄로 덮기에는 국가가 걷지 못한 돈도, 남은 질문도 크다.
책임이 법원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3자 재산에 집행할 법이 마련된 것은 2013년인데, 검찰이 명의회복 소송을 낸 때는 전씨가 숨지기 불과 한 달 전이었다. 같은 시기 노태우 전 대통령은 2,628억 원을 모두 냈지만, 전씨에게서는 867억 원을 끝내 걷지 못했다. 새 법 하나로 이 실패가 저절로 만회되지는 않는다. 대법원은 다음 사건에서 형식논리 뒤에 숨지 말고 환수 절차가 끊기는 이유를 판결문으로 설명해야 한다. 법무부와 검찰은 새 제도의 시행 전까지 재산추적과 제3자 권리보호 절차를 함께 갖춰야 한다. 국회도 방어권의 빈틈을 보완해야 한다. 끝까지 버틴 사람이 이기는 환수제도라면, 판결은 있어도 정의는 없다.
기사의 기준과 범위
- 법 기준일
- 2026-08-21
- 확인된 범위
-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관련 명의회복 소송과 공무원범죄몰수법상 제3자 집행 구조, 독립몰수제 도입의 제도적 의미를 평가한다.
- 제외되는 범위
- 연희동 본채와 정원이 실제 차명재산 또는 불법재산이었다고 단정하지 않으며, 새 독립몰수제로 기존 미납액을 다시 환수할 수 있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 다음 확인
- 대법원 결정문과 독립몰수제 시행령 · 실제 청구 및 법원 판단이 공개되면 다시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