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공개된 원문을 설명하는 기사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조언이 아닙니다.
서울행정법원은 2026년 6월 18일, 금속가공 작업을 약 13년 4개월 한 뒤 폐암으로 숨진 노동자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했다(2025구합55327).
망인은 2008년부터 13년 4개월 동안 밀링머신과 그라인더로 철과 스테인리스강 등을 자르고 갈았다. 유족 측은 작업장이 환기가 되지 않는 지하 밀폐공간이었고, 코로나19 전에는 마스크 등 보호구도 착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021년 9월 폐 선암 진단을 받고 2023년 8월 숨졌다.
산재 인정에 업무가 병의 유일한 원인일 것까지 요구하지는 않는다. 일이 여러 원인 가운데 하나로 작용했거나 발병을 앞당겼으면 인정된다. 그래서 이 사건의 다툼도 담배와 쇳가루 중 무엇이 진짜 원인이냐가 아니었다. 13년 동안 그 지하에서 들이마신 것이 폐암에 한몫했는가, 이것 하나였다.
공단이 든 이유는 셋이다. 금속분진은 노출 수준이 낮고, 니켈과 크롬도 암을 일으키는 형태가 아니었으며, 절삭유 성분은 양이 적다. 그가 만진 재료에 암을 일으킬 물질이 들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이 주목한 것은 재료가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과정이었다. 법원이 맡긴 진료기록감정에서 나온 설명은 이렇다. 스테인리스강의 크롬과 니켈은 그라인더가 내는 고열과 마찰열에 산화하면서 6가 크롬 같은 발암 물질로 바뀔 수 있다. 그렇게 생긴 입자는 아주 작아 폐 깊숙이 들어간다. 감정의는 환기가 안 되는 밀폐공간에서는 그 농도가 일반 작업장의 수십 배 이상으로 올라간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망인이 20년 동안 하루 15개비씩 피운 담배다. 법원은 담배를 이유로 업무와 폐암의 관련을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담배가 위험을 키웠다고 판단했다. 담배를 피우면 기관지의 섬모가 망가져 유해물질이 폐에 더 오래 머문다. 여기에 작업장에서 들이마신 물질까지 겹치면 세포가 손상을 복구하는 기능에 과부하가 걸려 암세포로 변하는 속도가 빨라진다. 두 위험이 따로 쌓이지 않고 서로를 키운다. 재판부는 흡연 이력이 업무와 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며 공단의 처분을 취소했다. 담배가 위험을 키웠다고 해서 유족이 받을 급여가 줄지는 않는다. 산재보험은 잘잘못을 가리는 제도가 아니어서, 사업주의 과실도 근로자의 부주의도 급여액에 반영하지 않는다. 법이 제외하는 것은 고의와 자해행위, 범죄행위뿐이고, 이때도 금액을 깎는 것이 아니라 아예 산재로 보지 않는다(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
대법원은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두고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기준을 세워두었다. 석면에 노출된 지하철 역무원이 폐암으로 숨진 사건에도 이 기준을 적용해 산재를 인정했다. 그 역무원 역시 20년 동안 하루 13개비 안팎을 피웠다. 달라진 것은 법리가 아니라 시간이다. 유족이 2023년 8월 청구하고 판결까지 2년 10개월이 걸렸다.
이 판결은 1심이고 항소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결론의 근거도 법정에서 이루어진 감정이어서, 다루는 금속과 환기 설비와 보호구와 일한 기간이 다르면 판단도 달라진다. 흡연자의 폐암이 늘 산재가 된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공단의 거절을 마지막 답으로 받아들일 이유도 없다. 무엇을 어떤 기계로 다뤘는지, 환기는 되었는지, 보호구는 받았는지 — 그 기록은 일하는 동안에만 남길 수 있고, 이 사건에서도 그 기록이 감정의 바탕이 되었다.
기사의 기준과 범위
- 법 기준일
- 2026-08-24
- 확인된 범위
- 서울행정법원 2026. 6. 18. 선고 2025구합55327 판결의 금속가공 노동자 폐암 산재 판단과 대법원 2005두517 판결의 상당인과관계 추단 법리를 설명한다.
- 제외되는 범위
- 1심 판결이며 항소 · 확정 여부는 발행 직전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금속 성분 · 환기 · 보호구 · 노출기간 · 암 조직형이 다르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고, 흡연력이 있는 폐암이 언제나 산재로 인정된다는 뜻이 아니다.
- 다음 확인
- 작업 중 다룬 금속과 기계, 환기 설비, 보호구 지급 · 착용, 작업기간 기록을 확보하고 부지급 결정이 있어도 판정 근거와 감정 가능성을 다시 확인한다.
원문 · 근거3건
공개등급이 확인된 공식 원문만 표시합니다.
- 원문 01서울행정법원 2026. 6. 18. 선고 2025구합55327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서울행정법원 · 엘박스 원문(로그인 필요)
- 원문 02대법원 2007. 6. 1. 선고 2005두517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대법원 · 엘박스 원문(로그인 필요)
- 원문 03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국가법령정보센터
